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니 다시 충전이 조금 된다 싶자 헝그리정신이 발동, 시부야를 걷기 시작했다.
너무 덥다 싶으면, 시원한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 옷 구경도 하고, 신발 구경도 하면서 시부야 전체를 빙빙 돌아다녔다. 센터가이, 스페인자카, 고엔 도리의 유명한 거리를 빙빙 돌면서 시부야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토요일이고 날씨도 좋고 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있었다.
그 유명한 Q-front 앞 십자 교차로에도 사람들이 거리를 꽉 꽉 메웠다.
충견 히치코 동상
사람들이 많이 만져서 코도 닳고, 발도 닳아 반질반질한 히치코를 뒤로 한 채,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신주쿠의 빌딩 관광을 나섰다. 낮 온도가 35도라고 했는데, 시내에선 에어컨의 열기와 사람들의 열기로 체감온도는 거의 40도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어제의 여파로 다리가 많이 아팠던 우리는, 가이드북의 착실한 지침을 따라 신주쿠 서구에서 출발하여 신주쿠 워싱턴 호텔을 지나 신주쿠 파크 빌딩쪽으로 가는 100엔짜리 게이오 버스를 탔다.
목적지를 잘 몰라, 어리버리하게 워싱턴 호텔 앞에 내리긴 했지만, 바로 앞에 신주쿠 NS 타워가 있었기에 바로 관광을 시작했다. 실내로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NS 타워의 3대 명물 중 하나인 시계가 눈앞에 보였다.

신주쿠 NS 빌딩과 추시계
커다란 시계임에도 큰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중간을 29층까지 뚫리도록 비워서 예술품을 설치한 다는 아이디어와 그 육중함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신주쿠 NS빌딩 29층의 공중다리와 전망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쏘이며 구경을 끝내고 난 뒤에 향한 곳은 미쓰이 빌딩과 신주쿠 파크 빌딩이었다. 물론 방향이 어긋나서 좀 많이 걷긴 했지만, 배낭 여행의 재미란, 그리고 계획이란 이렇게도 바뀔 수 있는 거라 생각하니 저절로 힘이 났다.

도쿄 빌딩들
빌딩 구경중 우연히 발견한 Hi Seoul 광고버스.
정녕코 수많은 구경꺼리 중에서, 단연 내놓을 만한 게 저 밥상 뿐인가 싶어서 왠지 좀 서글퍼졌다. 일본은 아주 작은 과자도 일본풍으로 만들어서 그것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는데, 우린 더 멋진 문화유산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관광객을 끌어들이려 만든 광고판은 밥상 --;;
빌딩들을 쭉 구경하구서 돌아온 신주쿠 파크 빌딩에서 잠시 커피타임을 가졌다.
시원한 로얄 밀크티
내일이 일요일이고, 아무래도 티켓을 미리 사두는 게 넉넉하겠다 싶어서 미리 구입한 하코네행 티켓. 신오다큐 백화점 정문쪽 옆에 보면 여행사가 있는데, 급행 열차인 로만스카와 2일간 하코네의 모든 교통편과, 신주쿠 - 하코네유모토 역까지의 왕복 오다큐센을 탈수 있는 하코네 프리패스를 구입했다. 프리패스 2일짜리에 5000엔 + 로만스카 870엔을 사용했다.
목을 축이곤 신주쿠 센터 빌딩 내부 관광.
OZON 이란 회사에서 만든 인테리어 물품 샵이 인상적이었다. 깔끔하고 이쁜 그릇들과 아기자기산 소품들, 그리고 특별 전시중인 의자 전시회까지. 눈을 호강시키며 즐거운 구경을 마친 후, 가이드북을 따라 무료 버스를 탔다. 신주쿠 센터 빌딩에서 신주쿠역 서쪽 출구 앞까지 가는 무료 셔틀 버스였다.
귀여운 모양의 오존버스
슬슬 밤이 어두워져가고, 배도 슬슬 고파왔다.
많이 헤메진 않고, 맛있다고 소문이 난 라멘집을 찾아냈다. 에어컨도 없고, 메뉴도 몇 가지 없고, 직장인 아저씨들이 두어 명 먹고 있는 집이었지만, 꽤 맛있는 하카다 라멘을 먹을 수 있었다.
관광객임을 알아보시곤, 영어로 된 메뉴판을 주셨지만, 역시 내용물은 잘 알아먹을 수 없어 가장 무난한 500엔짜리 라멘을 시켰다. 우리 옆의 회사원 아저씨도 같은 걸 먹고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주문했다.
꽤 기름져 보이지만 산뜻하고 면이 그다지 볼륨감이 없어서 배 부르되 불편함 없이 먹을 수가 있었다.
라멘
맛난 라멘을 먹고 다시 힘이 난 우리들은 마지막 도쿄 관광으로 가부키쵸 일대를 구경했다.
화려한 거리인 만큼 밤거리에도 많은 사람들과 많은 삐끼들과, 이쁜 여자들과 남자들이 꽤 많았다.

가부키쵸의 야경
그래도, 다리는 아파도, 맥주 한 잔은 마셔야 겠다 싶어서 같은 길을 세번 빙빙 돈 끝에 그럴싸한 Bar를 찾아냈다. 일본어를 할 줄 알았더라면 귀여운 바텐이랑 이야기 하면서 마셨을 텐데, 땀도 많이 흘리고 피곤한 터라 시원한 맥주가 쭉쭉 들어갔다.
맥주 한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오니 10시. 기절하듯 잔 건 이 날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