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던 일상에 방점을 찍어보고자 지른 콘서트.
몇몇 히트곡들은 알고 있었지만, 희열님이나 TOY 자체에는 그닥 관심 없이 살아왔는데,
작년 11월에 발매된 TOY 6집을 듣고 빠순 모드로 돌입~!
게다가, 경성대 앞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콘서트 포스터는 결국 지름신을 불러들여 과감하게 지르게 만들었다.
공연 4일전, 과연 티켓이 남아 있을까 걱정 했었는데 - 그리고 남은 티켓이 없다면 돈 굳는 거다 생각했는데 - 듬성듬성 이빠진 것 처럼 1장씩 빈 좌석들이 남아있더라.
물론 무대 바로 앞 R 석은 없었지만 말이다.
다년간 현우오빠 공연을 가 본 경험으로 - 게다가 KBS 부산홀은 참 많이 가봐서, R석의 애매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 계단에 있는 1층의 S 석을 골랐다.
오라버니 얼굴을 보는 목적으로 가는 공연이고, 앞에서 방방 뛰면서 놀려면 당연히 무대 바로 앞 R 석을 골랐겠지만, KSB 홀에서의 R석은 바닥에 간의 의자를 놓는 형식이기에, 무대가 진짜 코앞에 있고, 스피커랑 너무 가까워서 음향도 별로고, 무대 장치도 안 보인다. 물론 객석 가까이 오면, 오라버니 얼굴의 땀구멍 까지 다 보이는 자리이긴 하지만, 사실은 발만 잘 보이고, 고개가 더 아프다는거~.
그래서 음향과 무대 장치 등, 제대로 된 콘서트를 감상하려면 S석 앞줄이 제일 좋다!
어쨌거나 중앙에서 바로 오른쪽 자리에 이빠진 자리가 하나 있기에 잽싸게 그 좌석을 골랐다.
KBS에 도착한 건, 6시 조금 넘어서였다.
물품을 사느라 긴 줄이 늘어져 있었지만, 어차피 별로 상관 없었기에 화단 바로 앞에 앉아서 느긋하게 테트리스--;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실도 다녀왔고, 배도 채워왔고, 공연 필수품인 생수도 두병 챙겼기에 조금 쌀쌀했지만 들 뜬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애들이 수근수근 하더니 눈 앞으로 성시경님이 휙~ 지나갔다.
청바지에 흰색 운동화, 카키색의 폴로셔츠를 입고, 검정 모자를 눌러쓴 커다란 남자가 웅크리고 뛰어 지나가는데, 순간 느낀 건, '참 크고 멋지네'였다.
키는 187정도 되겠고, 몸은 약간 말랐지만 딱 좋고, 팔 다리 길고.
진짜 성시경도 왔구나 싶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잠시 앉아있었는데, 이번엔 여자들의 '꺅~'하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역시 고개를 들어 보니 눈앞으로 이적님이 휙~ 지나가셨다. 청바지에 흰 셔츠, 검정 자켓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이적님은 TV에서 본 거랑 느낌이 참 똑같았다. 놀라운 건, 이적님 뒤를 여자애들이 막 따라갔다는 거. 시경님 지나갔을 때는 별 반응 없더니, TOY 콘서트의 연령층을 느낄 수 있는 잠시간의 해프닝이었다.
입장은 6시 30분경 시작됐다.
거의 표가 매진 된 걸로 봐서는 아마 꽤 지연되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공연이 시작한 건 7시 반쯤.
R석과 1층의 S석이 다 찼고, 2층도 중앙석을 꽉 채우고 옆으로도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3층까지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거.
(노래 제목은 기억이 아리까리 한 관계로 이상한 부분은 넘어가시길..)
YOU intro가 나오면서 흰색 옷을 입은 밴드들이 차례로 등장, 무대를 채웠다. 그리고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자 희열님이 등장. 흰색 셔츠에 아래 위로 흰색 턱시도 정장을 입고, 흰색 구두까지 신은 그는 무척이나 긴장되어 보였다.
피아노 연주에 이어 간단한 멘트 - 10년만에, 부산에서 콘서트를 할 줄은 몰랐다, 오늘 모두 다 모였으니 느긋하게 재밌게 보고 가시라는 멘트 - 에 이어, 길을 만나다, 나는 달, 해피엔드, 내가 남자친구라면을 불렀다.
흐흐. KBS 홀은 무대랑 R 석이 너무 가까워서 R석에서 하는 이야기도 다 들리구, 얼굴도 너무 자세히 보이신다며 연신 부끄러워 하시는 모습이 참 귀여우셨다능.
그리고, 중간에, '내가 생각해도 내가 노래하는 게 넘 우습다, 노래방에 왔다고 생각하고 들어달라'는 멘트는 정말이지 애교 만점이었다.
그리고 나온 분은 파란 원피스 차림의 조원선님.
희열님을 만난 게 18년전이라고 하는 찔긴 인연을 자랑 하는 그녀는 정말 노래를 잘 하더라.
Bon Voyage와, 기다립니다를 열창하셨다. 시원시원한 보컬, 많은 앨범의 객원으로 참여하게 된 포쓰는 상당했다.
다음 게스트는 윤종신님.
'환생'의 반주가 유유히 흐르며 나오신 종신님은 알고 보니 부부동반으로 부산에 오셨다는 거~
4년전인가, 노총각 4인방 콘서트 때는 진짜 비썩 말랐구나 생각했는데, 이젠 중년의 포쓰-_-가 강하게 풍기더라. 청바지에 흰색 셔츠, 그리고 회색 계열 자켓을 걸치고 나오신 그분은, 노래 보다는 토크에 더 집중하시는 듯.
그리고 오늘, 4/19일, 희열님의
48세38번째 생일 축하 노래까지 같이 불러주셨다.
정사장님(?)이 케잌 들고 나오시자 마자 눈물 글썽이는 희열님, 쑥쓰러운 얼굴로 생일노래 들으시더니, 케잌에 촛불도 부셨다.
종신옹은 '기쁘다 희열님 오셨네' '희열님 생신 축하드려요~' 현수막을 보시곤, 연신 부흥회 분위기가 난다며 분위기를 띠우시더니, 결국엔 '팥빙수'로 완전히 분위기 업~!! 갑자기 스탠딩 콘서트로 급전환 되어, 팥 가는 포즈 까지 보여주신 종신님, 몸바쳐서 분위기 띠워주셨다.
그 분위기를 이어, 토이의 과거를 보여 주신 다음 게스트들은 김연우, 변재원, 김형중님.
여전히 아름다운, 거짓말 같은 시간 - 바램 - 크리스마스 카드를 불러주셨다.
강한 뿔테 안경에 청바지에 검정 재킷 차림의 김연우, 검정색 아래위 정장에, 의외로 키크고 등빨 좋은 반삭 머리의 변재원, 검정색 선글라스에 짧은 머리에, 소맷부리에 금색으로 라인이 들어간 검정재킷의 김형중님.
주옥같은 노래들이 라이브로 들려오자 머릿속은 이미 어질어질, 정신없이 노래에 빠져들었다.
타이포 그라피 라고 하는 거 - 글씨가 그림 처럼 무대 뒤에서 흘러 내린다던지,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던지 - 참 멋지더라. 김연우님 얼굴은 안 보이고, 거짓말 같은 시간의 타이포 그라피만 눈에 띠었으니까.
그리고, '딸에게 보내는 노래'의 전주와 함께 무대로 나온 시경님!
무대 에서는 희열님의 가족 사진과 따님 사진이 노래에 맞춰서 나왔고, 아름다운 콧소리를 보여주신 시경님의 라이브는 전율이 흐를 정도로 등이 찡했다.
윤종신님이 무대 뒤로 들어오자 마자 맨트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며 간단히 한말씀 날려주신 뒤, '소박했던 행복했던'을 불러주셨다. 다들 따라부르지도 않고, 멋진 노래에 푹~ 빠졌더랬다.
목소리도 멋있었지만, 청바지에 검정 바바리 재킷만 입혀 놔도 눈이 부시고, 노래 부르면서 앞머리 넘기는 모습도 멋지기만 하드라. 부산 콘서트 완전 기대 기대 +_+
갑자기 분위기가 급반전 되면서 더 큰 환호성과 함께 무대로 등장하신 이적님.
'모두 어디로 갔을까'를 멋지게 불러주시고 '자장면 먹으러 잠시 다녀온 새 많은 분들을 뵈었다' 며 '다들 낯익다'는 멘트를 날려주셔 큰 웃음 주셨다.
아까 그 옷차림이 이미 무대복(?)을 입고 자장면 먹으러 다녀오신 거였다는 거 +_+
그리고 '하늘을 달리다'로 또 한번 분위기 업~! 다들 일어나서 방방 뛰었다. 무대 뒤에선 타이포그라피가 펼쳐지고, 적님은 무대 위를 종휭무진, 기타 옆에 가셔서 기타 치는 흉내까지.
계단이 흔들흔들거려서 좀 무섭긴 했지만, 어찌 이 노래에 안 뛰고 버틸 수가 있었을까.
적님이 들어가신 무대에, 홀연히 나타난 하얀색 마이크 스탠드~
그리고 곧 바로 나오는 승환님~ 힘들었지만, 자리에 앉을 틈도 없이 무차별 포쓰를 내뿜어주셨다.
'사랑하나요' 희열님이랑 같이 작업했던 이 노래, 롹 버전으로 끝날 것 같지 않던 후렴구가 끝나자 마자 나온 반주는 '붉은 낙타'.
자켓을 벗어던진 승환님, 몸 만드셨다 하더니 팔이랑 가슴 근육이 예사롭지 않더라. 그에 비해 다리가 더 약해보였던 건, 그냥 잊자 --;
온 몸에 필 받으신 듯, 무대를 종횡무진 뛰면서 전용 마이크 스탠드 머리 위로 빙빙 돌려주시면서 불러주셨다. 어찌 남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오시면서 이만큼 열성적으로 불러 주실 수 있는지, 담번엔 꼭 승환옹 콘서트 가봐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짧은 무대였다.
그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나오신 형중님의 좋은 사람, 그리고 이지형님의 뜨거운 안녕.
이지형님은 홍대필인지 벽돌색 스키니진에 흰색 셔츠, 그리고 카우보이 모자에 머플러까지 멋지게 둘러주셨던데, 클로즈업 그림에서 보니 왠지 '김래원'같은 느낌이 나는 건, 내 착각이었을까.
뜨거운 안녕 부르다, 갑자기 더웠는지 주섬주섬 머플러 풀어서 - 이걸 우째, 던져, 말어? -한참 갈등하신 뒤, 객석으로 던졌는데, R석 앞에서 한 3번째 분, 가져가셨다. 득템 하신 분, 완전 부러웠다능 ㅠ.ㅠ
그리고 토이의 대표 보컬리스트 네 분 - 김연우 변재원 김형중 이지형 - 이 같이 불러주신 '그럴때 마다' '스케치북' 이 마지막까지 마음을 잔잔하게 적셨다.
네분 다, 목에 땡땡이 반짝이가 붙어 있는 나비넥타이 하고 나오셨는데, 나중에 이지형님이 그거 떨어뜨리고, 객석에서 달라고 하자 '형중이형 꺼라 안돼요'라고 하셨다능..
그 와중에, 검정색 스키니진에 흰색 티셔츠에다가 바로 나비넥타이 매신 변재원님, 그 저음이 어디서 나오나 했더니, 진짜 몸 좋으시더라~ 게다가 관중 서비스도 최고, 방향 바꿔 손 흔들때 마다 여기저기서 괴성이~ ㅎㅎㅎㅎ
지형님이 이제는 아마 마지막일 것 같다며, 희열님께 요구한 '뜨거운 안녕'의 마지막 포즈를 다시 한번 보며, 정말 공연이 끝나가고 있구나 하는 섭섭한 느낌이 참 많이 들었었다.
[사진] 데일리안에서 퍼온 것. - 서울 공연 사진
그리고 앵콜로 토이를 이 세상에 알려지게한 '내가 잠시 너의 곁에 살았다는 걸' 연우님의 목소리로 들으며, 희열님의 'YOU-THANK YOU' 로 장장 세시간에 걸친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서울 만큼이나 빵빵한 세선들과, 무대장치, 그리고 초호화 찬란 게스트들로 세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너무 재미있었다. 맨날 방방 뛰는 스탠딩 콘서트만 - 것두 맨날 R 석 끊어서 노래보다는 노는 데 집중했었는데 - 다니다가 조용히 앉아서 듣는 발라드 콘서트는 조금 어색한 느낌이었지만, 색다른 느낌,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발라드곡에 참 행복했었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참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이래서 사람은,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