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서 영화는 '즐거운' 취미생활이다.
당연히 웃고 재미있고 즐겁고 좀 더 즐거워지는 영화를 고르고,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그렇지만 언젠가 부터 - 뭔가 텁텁한 걸 먹고 나면 상큼한 탄산수가 땡기는 것 처럼 - 내 스타일에 안 맞는 영화를 보고 나면 뭔가 상콤한 영화를 보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더랬다.
그래서 급 지른 영화가 인 디 에어.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다만 아침에 즐겨듣는 라디오에서, 씨네21 편집장님이 이번 주에 가장 추천하는 영화라는 마지막 멘트만 덜컥 듣고 극장을 뒤져 예매 완료.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해고를 전문적으로 해 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라이언 빙햄(조지클루니)이 이 영화의 주인공. 1년중에 322일을 여행하는 만큼, 마음의 안식을 얻는 곳은 비행기이며, 그의 철학은 '배낭을 비워라'는 것. 가족은 거추장스럽고, 여자를 만나지만 단지 짧은 기분전환인 그에게 변화가 생길 것 같다. 경기 불황일 때 더욱 바빠지는 이 시기에 회사에 들어온 신입 나탈리가 인터넷 화상채팅으로의 해고 시스템을 제안한다. 라이언은 그녀에게 이 직업에 대해, 품위있는 방법에 대해, 해고란 것의 느낌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그녀를 데리고 미국 전역을 누빈다. 가족과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마인드를 가진 나탈리와, 새로이 만난 알렉스라는 여자와의 만남이 그의 생각을 조금 바꾼다. 천만마일 비행 마일리지, 플래티넘 회원이 여태까지 인생의 목표였지만, 여동생 줄리의 결혼과 알렉스 때문에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고 용기를 내어 보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진 않은 것 같다.
해고 전문가라는 특이한 직업.
다른 사람의 인생을 뒤흔드는 일을 하지만, 품위있게 그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정곡을 찌르는 일을 하지만 언제나 지금의 인생을 버릴, 배낭을 비울 준비가 되어 있는 라이언이라는 인물은 상당이 독특한 캐릭터임에 틀림없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쁘진 않지만, 영원한 관계나 정착, 안정을 믿지 않는 외로운 인물이 그의 인생을 바꾸려고 결심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인생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감독은 조지클루니의 시선을 빌어, 또는 그의 입을 통한 나레이션을 통해서 일과 가족과 사랑에 대한 생각을 잔잔하게 말한다. 어떤 삶도 나쁘진 않겠지만, 남들 처럼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도 세상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조지클루니의 미소는 중독성 있다. 나지막한 저음의 목소리도, 그 미소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
개인적으로는 별 네개.
버리지 못해 지고 가는 백팩에 든 것들을 차곡 차곡 버리고 싶지만, 끝까지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인생에는 있게 마련인 것 같다.
ps 붐비는 공항, 그리고 비행. 비행기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내다보는 도시의 모습들.
천만마일 마일리지도 부러웠지만, 비행기타고 장거리 여행을 너무 떠나보고 싶어졌다. 미국이나 유럽!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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