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번 주엔 볼 영화가 없더라.
그렇다고 영화를 안 보자니 좀 섭섭하고, 좋았다 나빴다의 평이 심하게 갈렸지만, 그래도 그나마 웃고는 나오겠다 싶어 개봉당일 보려가기로 결정. 아침에 주섬주섬 나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예전에 어디선가 응모했던 예매권이 덜컥 당첨되었다며 문자가 오길래, 예매권을 기다려 영화를 보러 갔다.
저녁 늦은 시간임에도 극장엔 꽤 사람이 많았다.
이건 다 나처럼 예매권
이라고 읽고 sk가 뿌린 공짜티켓이라고 읽는다의 힘? ㅎㅎ
가립니다..
영화는 생각 외로 재미있었다.
실존인물(?) 홍길동의 18대손인 고등학교 음악선생 홍무혁(이범수)와 대학교수인 아버지, 천상 주부 어머니, 고등학생 남동생은 선조의 유지(?)를 받들어 나쁜 무리들의 재물을 훔쳐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악당 이정민(김수로)와 얽힌 송검사(성동일)의 여동생이 무혁의 여자친구(이시영)이었다는 게 문제의 시작일 뿐.
원스 어폰어 타임, 가문의 영광 2탄과 3탄을 감독한 감독님이셨기에, 망해도 중박은 가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 물론 가문의 영광에서 느꼈던 질척질척한 유머는 좀 삼가해주셨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생각한 데서 빵빵 터져 주고, 예상했던 그대로 흘러감에도 웃겼던 건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잘 끌고간 감독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에겐 특유의 캐릭터가 있는 것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변형이 가능한 캐릭터냐 아니냐에 따라 그것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성동일과 김수로의 캐릭터가 그랬다. 성동일은 여태까지 구축해온 캐릭터 - 조금 빈티 난다, 때론 힘 앞에서 비굴하지만, 의리있고 지조있다 - 에서 그닥 벗어나진 않았지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심하게 망가지더라도, 연기 자체가 어색하지 않았고, 극중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어김없이 살려 큰 웃음을 준다고 느껴졌었다.
다만, 김수로는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소비하면서도 그 캐릭터를 살리지 못하고 도리어 스토리에 묻혀버렸다는 느낌이었달까. 완전 일상복인듯한 빌로드 츄리닝과 비단(?) 바지, 어디선가 늘상 보여주었던 사교 댄스로 자신을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미 그런 이미지들은 너무 소비된 이미지이기에 새로운 맛도 없고, 극중 캐릭터를 살린다는 느낌도 받질 못했다. 딱 하나 있는 악역임에도 존재감이 떨어지는 캐릭터로 보인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싶다. 예능 프로그램도 조금 쉬고, 영화도 조금 쉬면서 새로운 이미지와 캐릭터로 새로운 영화에 도전하시면 어떨까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이시영.
내 스타일의 얼굴이 아니어서 그런지, 감독님 영화에 한명씩은 등장하는 질척한 유머를 보여주는 여성 캐릭터라 그런지 나올 때 마다 별로 즐겁진 않았다. 누군가 망가져주긴 해야겠는데, 하필 그 역할을 맡아서라고 생각은 하지만 클로즈업 될 때 마다 어딘가 손을 많이 댄 듯한 부자연스런 얼굴에, 무조건 눈만 크게 뜨면 되는 어색한 연기도 약간은 거슬렸달까.
개인적으로는 별 세개.
뻔한 이야기임에도 웃음의 코드를 딱딱 잘 짚어낸 무난한 영화였다.
게다가 볼 영화가 별로 없는 - 닌자 어쌔신은 하드고어물이라 패스 - 씨즌에 맞추어 개봉 한 데다가, SK가 협찬해서 예매권 많이 뿌린 탓에 제법 흥행엔 성공할 듯 싶다.
아무 기대없이 웃고 오기엔 무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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