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나도 좋아하고 즐겨 머무르는 커뮤니티가 있다.
처음엔 클리에라는 pda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는데, 클리에가 단종된 이후엔 각종 전자기기와 지름과 사람들의 다체로운 이야기들이 재미있어서 업무 시간에도 반드시 창을 띠워놓는 곳이다.
추측컨데 연령대는 20대에서 30대 후반까지, 남녀 비율이 80:20정도 되는 커뮤니티이다 보니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과 다양한 생각의 사람들이 혼재해 있어 가끔은 너무나도 재미있지만 가끔은 내 직업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일깨워줄 때도 있다. 오늘이 딱 그런 케이스.
http://clien.career.co.kr/zboard/view.php?id=free&page=1&sn1=on&divpage=141&sn=on&ss=off&sc=off&keyword=김치맛우유&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54149
어떤 분이 키크는 한약에 대한 글을 올리셨고, 어김없이 그에 대한 논쟁이 리플로 진행되었다. 읽고 싶지 않았고, 분명 이런 글 읽고 나면 한동안 자격지심과 울컥지심에 시달리리라는 것은 명약관화, 그렇지만 어느새 눈은 부지런히 그 글의 리플 하나하나를 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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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군님 // 현직 한의사입니다. 키크는 약에 대한'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성분'과 '효과'에 대해서 한줄로 설명드리도록 애써보겠지만 아마 장문의 글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시다시피 한약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처방으로 구성되기에, 제가 작년에 처방했었던 키크는 탕약을 예로 설명을 드릴께요.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였고, 키가 148cm 로 기억합니다. 병원에서는 성장판이 다 닫혀서 이제 많이 자라도 1-2cm 정도 자랄 것으로 진단을 받은 후 내원했었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폐"의 기운이 약해져있고, 스트레스로 인해 기운의 소통이 되지 않으면서 소화기의 fucntion이 다소 떨어져 있는 상황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폐'는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Lung이라는 장기와는 다소 다른 개념으로 구조 보다는 기능에 대한 개념으로 접근해야 조금 더 이해가 쉬울텐데요 '폐'는 소화기에서 음식물을 받아들인 후, 맑은 기운과 탁한 기운으로 분별하여 맑은 기운은 위쪽의 심장과 폐로 보내고, 탁한 기운은 아랫쪽의 소장과 대장쪽으로 내려보내는 과정에서 소화기에서 가른 맑은 기운을 전신으로 펼쳐 내면서 우산과 같이 몸의 기운을 보호하고, 적당한 기운을 적당한 곳에 보낼 수 있는 총감독의 역할을 하면서 호흡과 몸의 기운에 대한 조절력을 가진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가장 가까우실겁니다.
참고로 제가 쓴 앞 문장의 모든 장기 이름은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heart, stomach, lung, short intestine, large intestine과는 다른, 기능 위주로 설명하는 한의학에서의 개념을 이름입니다.
무튼, 그 아이는 폐의 기운을 보강하여 몸의 기운을 조금 더 잘 순환시키고 전신으로 퍼지게 하면서, 스트레스로 울체되어있는 몸의 기운을 풀어내는 처방을 핵심으로 약재를 구성하였구요 제 기능을 잘 못하고 있는 소화기를 도와주는 약을 보조적으로 첨가하여 음식을 더 잘 먹고, 먹은 음식 및 영양을 전신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도 조금 더 넣었습니다.
울체되어 있다는 개념은, 좁은 길에 갑자기 자동차가 많이 몰려들어 순환이 느려져 꽉 막힌 상태를 상상하시면 가장 유사할텐데요, 차를 한 두대만 '덜어내도' 길이 덜 막히고 순환이 훨씬 잘 될 수 있으니까 그 부분을 풀어주는 약재들을 사용하였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몸에 좋은 것들이래도 많이만 주는 게 다가 아니라, 적당히 덜어내고 적당히 소통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니깐요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작용할 지 몰라도, 이 아이에게 부족해보이고 잘 소통되지 않는 부분들을 풀어주는 탕약을 사용함으로써 결론적으로는 3개월 가량 집중적으로 탕약을 먹고 스트레칭 등의 기본 체조 및 간단한 골반과 허리의 교정을 통하여 4cm의 키가 자랐습니다.
'부족한 부분들을 메꾸고 잘 돌아가게 하는 성분'을 사용하여 '키가 자라는 효과'를 얻으면서 전체적인 몸의 건강도 좋아지게 된 것이지요.
그럼 다른 사람에게도 이 약을 먹으면 키가 큽니까? 라고 물어보신다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답해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한의학의 장점이자 취약점이니깐요.
아마 제가 위에 드린 설명도 다 이해하기 어려우실겁니다. 클리앙식으로 말씀드린다면, 프로그래밍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이 프로그램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거야?'라고 물었을 때, 도대체 어떤 개념부터 어디서부터 이해시켜야 할지, 어떤 용어로 이해시키고 가르쳐야할지 갈등하게 되는 것과 유사한 느낌입니다. 분명 한국어를 말하고 있습니다만, 대화의 내용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가 된다고 보시면 될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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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글을 다 읽고 나서 너무너무 신경질이 나고 울컥해서 무려 20분에 걸쳐 장문의 리플을 쓰고, 글을 올렸다가 다시 재빨리 지워버렸다. 분란을 만들기 싫었고, 끝까지 저 사람을 이해시킬 수도 없을 것 같았거니와 내 귀중한 시간을 이런 식으로 쓰는 것도 아깝고 튀기도 싫었으니까.
언제나 양의사와 비교당하며 느끼는 자격지심이라고 딱 한줄로 잘라 말한다면 아니야!! 하고 100%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의대도 갈 수 있었고 치대도 갈 수 있었는데 한의대를 선택했고, 지금에서는 의대나 치대를 갈껄 하고 후회할 떄도 많았으니 말이다. 물론 한의대 잘 왔다고 생각한 경우도 아주 가끔은 있었다.
그렇지만 말이다, 억울한 건 억울한거다.
한의학 교과서도 한국어로 씌어 있는 것이 맞고, 다 읽을 순 있다. 그렇다고 다 이해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그건 아 니라고 본다. 학교에서 6년, 수련의로 4년, 현직 한의사로 5년째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나한테도 어려운 개념을 남에게 쉬운 말로 이해시킨다는 것은 솔직히 많이 어렵다. 그리고 서양의학에 더 익숙하고, 인터넷에 넘치는 정보에 방어적인 현대인들을 고릿적 개념으로 이해시켜 납득하게 한다는 건 다섯살짜리 어린아이에게 삼각함수를 쉽게 설명하는 것보다 쉬울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40시간씩 수업받고, 내 젊은 날들을 이렇게 남한테 인정받지도 못하는 학문에 투자한 것도 억울하고 요즘들어 더 심각하게 방송에서 씹히고 돌팔이한테 밟히도록 여태껏 방치한 선배들한테도 신경질 나는 하루다.
소심해서 글은 못 올리고, 홈피에다가 투덜거리는 것도 자격지심, 맞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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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otica 2009/08/13 17:0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분명 분야가 다른데 말이야..왜 자기 눈으로 보는 의학만 맞다고 보는건지 그게 편협할 뿐.
구름비 2009/08/14 10:40 편집/삭제 댓글 주소
당신처럼 그렇게만 생각해줘도 얼마나 좋겠냐고요 -_-
문제는 아예 대꾸조차 싫어진다는 현실 ㅜㅜ
soulmate♥ 2009/08/20 11:5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토닥토닥
그래도 언니는 대단하세요
전 한의학이 좋아요,
한의학으로 치료할것이 있고, 의학으로 치료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체질에 따라 증상에 따라 한의학이 맞거나 의학이 맞거나 그런것 처럼요
애초부터 접근법이나 치료법도 다르잖아요,
어느것하나 잘못된거라고 서로 비방하는 건 정말 아닌것 같아요,
그냥 자기한테 맞는거 하면 되는거아닌가요?(넘 단순한가? 응?
다른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당,
언니의 자격지심같은거 당치도 않아요 어울리지 않아요 ^^
구름비 2009/08/20 15:25 편집/삭제 댓글 주소
으하하하 (와락~~!!)
비밀방문자 2009/08/30 00:5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구름비 2009/08/31 11:28 편집/삭제 댓글 주소
ㅇ.ㅇ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고,숫적으로도 금액적으로도 딸리다 보니 점점 변방의 의학으로 전락하면서 학문적으로도 까이는 걸 보면서도, 소심한 마음에 버럭질 못하는 내 자신도 무지 답답하고 슬퍼. ㅜㅜ
그래도 이렇게 지지세력이 있으니 힘 내야긋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