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맛과 먹부림과 이응노와 거제. 그리고 노란리본으로 끝난 이틀간의 기록.
짧은 여행의 계기는, 언제나 그렇듯 단순했다.
8월의 휴가 전에 쉴 수 있는 마지막 연휴였으니까 뭔가 놀러를 가던지 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나니, 18년 지기 친구 J 양이 살고 있는 거제라는 곳에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엄마에게 허락을 받고, 거제의 J양의 허락을 구한 다음, 서울의 M언니에게 거제에 놀러가게 되었다고, 혹시 같이 가겠느냐고 - 사실은 자랑하려고 - 의향을 물었는데, 흔쾌히 GO를 외치는 그녀 덕에 이틀간 무려 900km를 달리는 전국구 여행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우리가 세운 계획은 단 두 가지.
1) 대전 : 맛있는 빵과 이응노 미술관, 청룡열차와 샤브샤브
2) 거제 : 친구 J양의 작은 전시회 방문과 맛있는 저녁.
드디어 6월 6일 현충일-이라고 쓰고 노는 날이라고 읽는다-의 아침이 밝았다.
츄리닝이랑 티 하나, 유롤이랑, 이틀동안 내 눈이 되줄 1D + 표준줌 렌즈, 작은 크로스백 하나로 준비 완료^^

다섯 시 반쯤 일어나서 부리나케 씻고 부산역으로 향했다. 7:15분 출발하는 KTX를 타고 대전역에서 언니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9시쯤. 현충일이기도 했고, 대전역 앞 길이 워낙 오래된 길이다 보니 차가 꽤 막힌다고 했다.

광장에 멍하니 앉아서 언니를 기다리기 30분.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멀리서도 진파랑의 반짝이는 스맛의 알흠다운 자태가 눈에 쏙 들어왔다.

뭔가 짧은, 뭔가 높은, 쫌 어색하지만 그래도 귀여운 스맛의 자태를 감상할 틈도 없이 우리의 첫 목적지로 향했다. 사실 너무 배가 고팠던 게 큰 이유였다. 대전에서 디따 오래된 빵집, 성심당으로 차를 돌렸다.
사실 둘다 길치라 네비를 믿고 운전을 했지만, 대전 특유의 충청도운전 - 세상에 4차선에 택시를 일렬로 대고 있어도 아무도 말을 안하고, 빵 소리도 안내고 무작정 머리 들이밀고 슬슬 진행하고 - 덕에 엉뚱한 곳을 좀 돌았지만, 어디선가 나는 빵냄새로 정확하게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빵이 좀 적었던 게 아쉬웠지만, 팥빵과 소보루빵과 고로케, 자연효모로 발효시킨 묵직한 빵이랑 달콤해 보이는 빵, 피칸 파이까지 종류별로 골고루 장만했다. 둘다 빵순이들이라 아마 빵이 더 많았더라면 가방 꽉 꽉 빵을 샀을 거라 진짜 장담한다. 2층에 올라가 키위 생과일 주스를 사가지고, 두 번째 목적지인 이응노 미술관으로 향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잘 꾸며진 공원같은 곳의 벤치에서 일단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다. 예술의 전당과 과학관과 미술관이 넓은 공간에 넉넉하게 자리잡고 있었고,

벤치에 빵을 다 꺼내어 얹어놓고, 어찌나 행복하던지(^^)
요건 소보루가 얹어진 팥 도너츠, 바삭한 소보루와 달지 않은 통팥이 우리를 과묵하게 했다.


배를 적당히 채운 후 천천히 걸어 이응노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의 건물 자체가 굉장히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것으로 이 작가가 설계한 동양에서 유일한 건물이란다. 이응노의 작품에 팬이 되면서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서 지은 건물이라는데, 건물 자체가 일단 너무 느낌이 좋았다. 높다란 천장과 전체적으로 채광이 좋도록 유리 창을 배치하면서 길다란 나무들로 가는 햇빛의 골을 만들어 평화로우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건물이 너무 멋져서, 입장료가 얼마일까, 비싸면 어떡하나 하면서 입구로 걸어간 우리는 눈을 의심했다.
세상에 500원이라니! 게다가 학생은 100원 할인하여 400원이라는 멋진 가격! 동그라미가 하나 더 붙어있는데 못 본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눈을 비비고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가격은 너무 멋졌다!

그리고 이응노 선생님의 작품들.


사모님이 소장하고 계시던 작품을 특별 전시하고 있었다. 연작 시리즈, 가을.

힘이 넘치면서도 부드럽고, 각기 다른 사람을 표현한 역동적인 '군상' 등의 작품은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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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yl 2009/06/08 17:1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고암을 드디어 만났다. 그것도 새로운 작품과 멋진 건물에서. 쵝고!
성심당.. 만나.. 이집을 생각하면 내가 흘려보낸 10년을 다시 찾고 싶다.
그때는 왜그렇게 매일매일 신났는지.. 정말 잘도 싸댕겼다. 그리고 그때는 정말 체력 좋았당!
구름비 2009/06/08 17:56 편집/삭제 댓글 주소
지금 보다 더 체력이 좋던 시절이 있었슈? ㄷㄷㄷ 무서운 언냐라능.
그래도 고암선생님과의 조우는 마음을 행복하게 했어^^ 너무 좋았어요~!!
울보 2009/06/09 11:0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사진이 삐뚤빼뚤해요 ==3===3===3
포샵 하시면 될 거 같은데?
구름비 2009/06/09 11:04 편집/삭제 댓글 주소
제 연약한 팔엔 카메라가 무거웠...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