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까칠까칠 모드였는데, 수요일 저녁때 쯤 살짝 회복되니 역시나 놀고싶어지더라.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친구 만나기에도 애매했고, 술도 그닥 땡기지 않아서 오랫만에 혼자서 심야영화를 보러 갔다.
오늘 고른 영화는 7급 공무원.
몹시 이뻐라 하는 김하늘과 강지환의 조합 인데다, 먼저 본 사람들의 평이 괜찮았기에 망설일 것 없이 바로 골랐다.
수요일, 저녁 11시라는 애매한 시간대였지만 목요일 오전에 텅텅 빈 극장에서만 영화를 보다가, 사람이 조금 북적거리니 왠지 어색한 느낌이었달까.
[사진] 다음 영화정보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는 웃겼다.
여행사 직원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국정원에서 일하는 수지(김하늘)와,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그녀를 견디지 못해(?) 재준(강지환)이 떠난 지 3년후. 우연한 장소에서 둘은 재회하게 되고, 스스로의 신분을 속인 채 다시 만남을 가지게 된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의 예상치 못한 만남이 지속되자 둘은 서로의 진실성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되고, 각각의 조직에서는 서로를 적으로 오인하게 되는데...
아이디어도 좋았고, 강지환이랑 김하늘의 조합도, 류승룡이나 조연 배우들도 좋았다. 김하늘은 직접 펜싱도 배우고, 승마에 모터보트, 격투씬까지 훌륭하게 다 소화해 냈는데, 영화는 왜 웃기기만 했을까 잠시 생각해봤다. 신분을 노출하지 않아야 하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삶과 그 둘의 로맨스, 그리고 어딘가 어설픈 재준의 활약을 주된 웃음코드로 영화는 시작하는데, 시작할 당시에는 균형이 잘 맞았던 그것들이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서 로맨스도 약해지고, 스토리도 뻔하고 빈약하게 흘러가면서 개그코드만이 유일하게 빛을 발하다가 마무리 쯤 되자 급 감동코드로 얼렁뚱땅 마무리해버린다.
뒷심이 약했던 탓에, 영화를 보는 내내 웃긴 했지만, 보고 나오면서는 '아, 웃겼다.......' 하고 그냥 잊어버리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헬기가 나오는 씬도 그렇고, 컴퓨터 CG를 화려하게 만들어, 중간중간 돈을 많이 들였구나 싶은 씬들이 확 눈에 띤 반면, 지나치게 제작비를 절약한 듯한 - 수원의 성곽안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인들과의 결투씬이 특히 그랬다 - 저렴한 셋트와 갈수록 빈약해지는 볼거리와 화면들은 아마도 초반 투자금액을 훨씬 웃도는 제작비 때문에 후반 마무리가 부실해지면서 생긴 듯 싶었다. 후반부 뒷심이 - 스토리에서도 제작비에서도 - 심하게 딸려, 초반의 화려함을 덮어버리는 아쉬움이 무지 진하게 느껴졌달까.
김하늘의 활약이 돋보인 반면, 강지환은 캐릭터 자체의 설정이 어설픈 몸개그로 된 탓에 너무 가볍게 날리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강지환의 상사로 출연한 류승룡이 묵직하게 받쳐주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개그콘서트' 틱한 까불까불거리기만 하는 캐릭터가 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진짜 아찔하다. -_-;;
웃겼고, 재미도 있었지만 뭔가 얄팍한 느낌.
개인적으로는 별 두개 반.
초반 흥행에는 다소 성공할 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흥행에선 뒷심이 너무 달릴 듯 싶다.
아무 생각없이 웃고 싶을 때 고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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