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참 거창한데, 사실은 꿈 이야기다.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어서일까, 10년도 더 지난 옛날에 있었던 작은 해프닝에 대한 꿈을 꿨다. 아님 요즘 고스트엔 크라임 - 예지몽을 꾸는 여자가 주인공인 미국 드라마다 - 에 너무 심취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
후배 I양과 절친 K군을 엮어주던 바로 그 날의 꿈이었다.
이니셜은 실제 이름과 무관하며 절대 실명은 알려줄 수 없다. 다만, 이 이야기는 내 사회에선 많이 알려져있는 사실이고, 그가 누군지 짐작이 가더라도 절대 아는 척은 말아주기 바란다. 각자의 갈 길을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구태여 내 꿈 때문에 괴롭히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장소는 학교 앞, 자주 가던 모 중국집.
봄이었다.
몇 년째 같이 어울려 다니던 남자사람인 친구 K군. 그 즈음엔 평소와 조금 달라 보였지만, 속을 잘 보이지 않는 타입이었기에 - 묻는다고 말해줄 타입도 아니었다 -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그 시기에 후배 I양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꽤나 눈치빠르다고 생각했던 시기였기에, 둘을 엮어주면서 스스로 잘 했다 자부하고 있었는데 계속 마음에 걸리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작은 망설임.
그 때의 그 기묘한 느낌을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 날의 기분은 정말이지 복잡미묘했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어제 꿈에선 마치 금방 겪은 일인 양 선명한 소리와 냄새, 주위를 쭉 둘러 보면 떠오르는 낯익은 얼굴들과 미묘한 분위기와 표정까지 확실하게 느껴졌다. 꿈을 깨고 났을 때의 그 복잡한 마음에 얼마나 싱숭생숭했는지는 짐작이 갈 터.
출근길에서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그 날의 기억을 되짚어봤다.
앳띤 얼굴의 나는, 정말 어렸었구나 하는 생각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내 세상'안에서 주어진 학과 공부는 잘 했을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별로 없었고, 무지 서툴렀다는 걸 몰랐기에, 무식해서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는 상태였다고 보면 되겠지.
나이가 든다는 건 그런 것 같다.
사회의 때가 묻으면서 겉과 속이 다른 가식적인 인간이 되고, 더 소극적인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도 느끼지만, 내가 잘 모르던 내 자신의 모습을을 더 잘 알게 되고, 좋던 싫던 대책없이 용감하기보단 조금 더 생각하게 되고, 내가 좋아 하는 걸 더 잘 알게 되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하게 된다는 거.
그런 게 나이가 들면서 얻는 좋은 점이 아닐까.
풋내 나던 그 때의 모습도 좋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든 내가 예전보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점점 더 멋진 사람이 되어 가겠지^^
ps 지금 아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 아마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 난 아마 물어봤을 거다. 무슨 일이냐구.
내 속도 모르는데, 남의 속을 다 알 수 없고, 눈치라는 것도 결국엔 착각과 자기만족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았다면 그런 자만심을 부리진 않았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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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otica 2009/03/13 15:4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최근에 나에게 일어난 상황 덕에 나도 의심많은 사람이 되어가는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오..조금 속더라도 의심많은 사람이 되는 건 싫은데..(역시 '조금' 속는 수준으로 살긴 힘든건가-_-;;)
구름비 2009/03/13 16:47 편집/삭제 댓글 주소
우리 사회가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게 슬프지만 말이다, 살아가기 위해선 또 꼭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