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읽고 한 번에 반해버려, 바로 책까지 구입했던 '서양 골동 양과자점 앤티크'가 드디어 개봉했다. 고맙게도 대부분의 영화는 내가 쉬는 목요일에 개봉했던 터라, 볼 거라고 점찍어놨던 영화들은 다른 감상평들로 선입견이 생기기 전에 바로 챙겨보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동래 CGV로 향했다.
마침 수능날이라 학교가 쉬는 아해들과, 주지훈과 김재욱의 팬들로 보이는 여성들로 자리는 평소보단 제법 차 있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는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다.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왠만한 영화는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을 받기 쉽다. 물론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황금나침반 이야기, - 점점 나아지고 있는 - 해리포터 시리즈, 그리고 007 시리즈 처럼 아예 기본 골격만 놔둔 채 재창조하여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는 영화들도 있지만 말이다.
약 2주일전 부터 은근히 여기저기 흘려대는 영화 포스터나, 트레일러를 보았을 때는 제법 캐릭터도 뽑았고, 분위기도 그럴싸하구나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면 볼 수록,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과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것과는 정말 다르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원작 '서양골동양과자점'을 그린 요시나가 후미는 아주 가는 선이 꽤 인상적인 작가였다. 만화를 그리는 친구가 있기에 가늘지만 군더더기 없는 선을 제대로 그려내기란 꽤 힘든 작업이란 걸 알고 있었고, 깔끔한 선에 어울리는 섬세한 묘사로 한 컷 한 컷 살펴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살펴보면, 아마도 그녀는 Y물(내지는 BL물 이라고도 한다)의 동인녀이면서 미식가, 이쁜 것에 탐닉하는 타입이라는 생각이 물씬 드는 작품들이 많다. 아마도 서양골동양과자점은 미묘한 BL의 향기를 바탕으로 깔고 멋진 남자들과, 맛있고 이쁜 케잌의 세계를 탐구하면서 하악하악 거린 작가의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화를 보면서 생각했던 가느다란 남자들의 아릿따운 손결(--;)에서 탄생하는 맛있는 케잌과, 그 케잌가게를 중심으로 모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결국엔 케잌 가게를 열게 된 사장님의 숨겨진 사연까지. 정말 영화로 만들면, - 게다가 주지훈과 김재욱의 조합이라니!! - 정말 너무 멋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영화를 보기 시작한 20분쯔음 부터 기대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영화 '식객'을 보면서 느꼈던 아쉬움 - 이 스토리는 식객에서 본 게 맞는데, 식객이 아니야 - 뿐 아니라 어이없음이 서서히 겹쳐지면서 감독님이 슬슬 미워지기 시작했다.
초반엔 뮤지컬로 케익들을 보여주고, 마성의 게이임을 강조하는 뮤지컬 쇼도 잠시 보여준 뒤, 자연스럽게 네 남자의 개인적인 사연들과, 김재욱을 따라온 파리의 애인과 잠시 갈등을 일으키다가,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공포물로 흘러간다. 어렸을 때 납치를 당했던 기억들이 강렬한 화면들과 함께 나타나면서 - 난 마치 '추격자'의 오마쥬를 보는 느낌이었다 - 무섭기까지 했다.
납치를 당하고, 케익만 먹었던 기억은 물론, 중요한 스토리이고, 이야기의 핵심 뼈대를 이어가는 이야기이긴 했지만, 그렇게 무겁고 무섭게 꼭 보여주었어야 했는지. 너무 무겁지 않게, 이야기의 샤방함을 줄이지 않는 범위내에서 살포시 보여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우째우째 좋은 게 좋은 거지 라고 마무리하면서 뭉뚱그려 끝난 뒤의 소감은, '난 역시 노말이야 OTL' 알흠다우신 남자분들과 이쁜 케잌들을 마다한 채, 내 머릿속에 강인하게 남았던 건 역시 Boy 끼리의 진한 키스씬이었다능. 만화로 봤을 땐 훨 담백한 느낌이었는데, 어딘가 모르게 닭살이 후두둑 돋는 느낌이었다.
캐릭터에 딱 맞는 주지훈이나, 미묘한 말투와 은근한 눈빛으로 충분히 '마성의 게이'역할을 소화하면서 - 팔자에 없을 것 같은 외국 남자와의 키스씬 + 베드씬도 - 캐릭터를 잘 살린 김재욱, 그리고 은근 똘똘하니 눈에 띄는 유아인이나 188cm의 모델 바디로 분위기를 잘 살려주신 최지호님. 다들 너무너무 딱 어울려서 그들의 아웅다웅 토닥거리는 장면이 나올 때 마다 입가엔 은근한 웃음이 돌곤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그냥 내 마음속엔 만화책으로 남겨두련다.
개인적으론 별 세 개- 열연해주신, 아름다운 배우분들 덕에 반개 추가했다.
책 안 보신분들껜 추천,
요시나가 후미의 가늘가늘 낭창낭창한 남자들의 몸매와, 작지만, 미묘한 얼굴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냥 만화로 즐기시라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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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otica 2008/11/17 21:4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어우..나 저 작가꺼 안산 신작가 언니집에서 다른거도 봤는데..아주 움찔움찔하는 수준이드라능 ㅎㅎㅎㅎ
구름비 2008/11/18 11:49 편집/삭제 댓글 주소
근데 영화가 만화의 포쓰에 못 따라가~ 흙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