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베스트셀러 '아내가 결혼했다'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손예진과 김주혁의 조합 또한 기대가 되었었고, 영화평에 귀기울이다 보면 못 보게 될 것 같아서 개봉 첫날, 미련없이 골랐더랬다.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서도 극장엔 제법 사람들이 있었다. 적어도 10명은 넘겼으니 말이다.
영화는 제법 재미있었다.
사실, 소설도 안 보았었고, 영화 트레일러는 꼭 손예진이 바람난 아내 같은 느낌만 주었었는데 영화를 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 교묘하게 몇 장면만을 콕 찝어 트레일러를 만들고, 광고 문구를 만들어 낸 카피라이터와 예고편 제작자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속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건 영화가 그만큼 흡입력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해 봤다.
스토리는 단순하다며 단순하고 복잡하다면 꽤 복잡하게 흘러간다.
덕훈(김주혁)은 예전에 같이 일한 적 있었고, 조금 마음에 두고 있었던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인아(손예진)를 우연히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진다. 축구를 좋아하고, 거침없는 성생활에서의 자기 표현이 자유롭고 매력적인 그녀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지만,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을 사랑하여 살아가겠다는 그녀의 말에, 연애의 '무덤'인 결혼에 그녀를 밀어 넣고, 그녀를 독차지하려려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예전의 생활방식을 바꾸지 못하고, 전화를 받지 않고, 술도 마시고, 가끔 외박도 하는 생활을 지속하며, 그렇게 될 수록 덕훈은 치명적인 그녀의 매력을 느끼며 인아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1년 예정으로 인아가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며 주말부부를 하게 될 무렵, 그녀는 좋은 남자가 생겼다며 그와 '결혼'을 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하게 되고, 인아를 포기할 수 없었던 덕현은 그녀의 또다른 '결혼생활'을 묵인(용납?)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꼬여간다.
처음에는 참 이상한 스토리다, 남편은 왜 부인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며,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남편을 갖겠다는 심뽀는 뭐냐 라고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보았었는데, 영화가 다 끝나갈 무렵의 사소한 장면을 보자 누군가 머리통을 띵~ 하고 때리는 느낌이었다.
덕훈과 인아 사이에 낳은 딸, 지원이 갑자기 조금 이상했는데, 인아는 전화를 받지 않고,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던 덕훈은 운신이 여의치 않자, 고육지책으로 아내의 또다른 남편 재경에게 전화를 건다. 지원이 아프다는 이야기에 부리나게 뛰어온 재경과 덕훈이 병원에서 별 일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나오면서 재경이 덕훈에게 '형님' 이라고 부르는 순간, 새로운 깨달음이 찾아왔다.
이건 마치 조선시대의 본부인과 첩 사이의 관계가 아닌가. 다만 남녀가 역전되었을 뿐.
물론 남자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를 부르는 호칭이 '형님' 이긴 하지만, 여성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지위에 따라 '형님'이라는 호칭이 사용되며, 본부인과 첩사이도 처음에는 티격태격 하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결국엔 같은 아픔을 지녔음을 이해하면서 '형님''아우'하면서 지냈던 것과 도대체 무엇이 다르며, 왜 여자는 안된다는 거였는지 하는 대책없는 깨달음이랄까.
덕훈은 착한 남자는 아니지만, 이렇게 밖에 될 수 없는 남자였다.
인아도 나쁜 여자는 아니지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여자였던 거다.
대책없이 발칙한 상상력에 웃음이 나오더라.
손예진은 청순가련한 모습보다는 이런 모습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자신의 매력을 백분 발휘하며, 김주혁은 약간은 어눌한듯, 소심하면서도 전형적인 남편의 모습을 잘 보여준 걸 보면 딱 제 옷을 입은 캐스팅이야 말로 영화를 쥐락펴락 하는 가장 큰 장점임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를 보면서 느꼈던, 너무 이쁜 화면빨과, 잘 꾸며진 배경들, 섬세하게 잡아낸 대화씬과 표정들을 보면서 '감독님~ 정말 제 스톼일이세요~'를 속으로 외쳤었다.
개인적으로는 별 네 개.
스토리도 참신하고, 김주혁과 손예진도 이뻤고, 화면빨도 좋았다.
무난하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다만 애인이랑 다투었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볼까 생각하시는 분들은 참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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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otica 2008/11/17 21:5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맞어 손예진은 은근 제멋대로 이미지랑궤..ㅎㅎ
구름비 2008/11/18 11:50 편집/삭제 댓글 주소
조신한 예전의 이미지도 좋지만, 이런 이미지도 꽤나 어울리는 듯.
하긴, 이쁜 것들은 뭘 해두 이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