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노골적으로 B급 영화를 표방하는 영화들이 항상 좋았다.
황혼에서 새벽까지나 킬 빌 같은 영화에 한동안 정신 못 차렸었고, 다른 영화를 패러디한 ZAZ 군단의 에어플레인 시리즈 같은 건 진짜 보고 또 보고 또 웃어도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류승완 감독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포스터와 카피, 그리고 임원희님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그 포쓰는 바로 나를 극장으로 가게 만들었다.
스포일러 가득~!
영화는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1940년대의 전설적인 스파이, 다찌마와 리는 기밀문서를 찾기 위한 모험을 하게 된다.
과장된 후시녹음 필 나는 임원희의 목소리부터 심상치 않다 싶더니, 영종도에서 찍은 만주 벌판 장면과, 용평 스키장에서 찍은 스위스 추격씬, 그리고 '임진강' '압록강' 등의 글자를 달고 - 약간의 cg 처리가 된 것 같아 보이지만 - SUV 차량이 지나가는 게 다 보이는 한강다리 씬. 그 모든 장면들이 싼 티가 팍팍 났다는 게 너무 즐거웠었다.
아무리 눈 길 위래도 코트를 벗어서 배에 깔고 내려가면서 추격자를 따라가는 게 말이 되며, 더 가관인 것은 등에 구멍이 슝슝 난 코트를 계속 입고 폼을 잡으며 등장했다는 거. 그리고 기억을 되 찾은 뒤, 국경 살쾡이 - 류승범 역 -의 배에 꽂혀있던 빗을 꺼내어서 9:1 가르마로 변신(?)하는 장면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모든 중국어 대사와 일본어 대사, 영어를 다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도, 중간중간 불법 자막 느낌 팍팍 나는 어설픈 자막들도 무지 재미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압권은 기억상실로 외팔이 무사가 된 임원희가 펼치는 외팔이 무사에 대한 오마쥬가 아닐까 한다. 실제로 외팔이 무사는 너무 옛날 영화라 본 적은 없었겠지만, 부러진 칼과, 갑자기 얻게 된 비급, 기억 상실의 상태에서 머리를 부딪힌 후 절치부심 하여 자신의 무공을 이루어내는 모습 등은 보지 않아도 예전의 한국영화는 이랬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멋진 장면을 연출해낸, 그리고 연기해낸 배우와 감독에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 만들면서 정말 재밌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ㅎㅎㅎㅎ
복선에 반전을 심어 둔 스토리를 전개 하기 위해 뒷부분이 조금 늘어진 것은 아쉬웠지만, 리쌍의 '길' 군이나 '정두홍'감독님을 찾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니 놓치지 말 것!
ZAZ 사단의 패러디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강추!
영화를 보러 간다 생각하지 말고, 코미디를 보러 간다 생각하면 배꼽 잡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아기자기하게 주고받는 대사의 즐거움과, 세세한 부분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별 네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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