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휴일인 목요일.
전날 새벽까지 놀다가 꽤 늦게 잠들었지만, 역시나 노는날 답게 일찍 눈이 떠졌다.
역시 내 몸은 쉬는 날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
통장을 탈탈 털어 등록금을 내고 - 부산대학교 앞의 부산은행에 등록금을 내러 갔다. 은행원 아가씨 왈 '대학원이라 그런지 꽤 비싸네요'하더라. 아마도 국립대 등록금 받다가, 사립대학 의과계열 박사과정 대학원의 등록금을 보니 더 비싸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동래 CGV로 향했다.
오늘 고른 영화는 - 지난 주 개봉작중 가장 평이 좋던 - 추격자, 사실 조금 무서운 장면들도 있다기에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와도 밖이 환할거라는 것만 믿고 티켓을 구입했다.
미리 시간표를 보고 갔던 터라, 극장에 도착한 건 영화 시작 5분전.
역시 평일이라 늦더라도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가립니다(스포일러 있어요!!)
영화는 꽤 재미있었다.
지금은 보도방(?)을 하고 있는, 전직 형사 출신의 엄충호(김윤식), 계속 아가씨들이 실종되던 차에 핸드폰 번호 5885의 지영민(하정우)을 의심, 꼬리를 잡게 되지만, 사건에 휘말려 둘다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된다. 조사를 받던 중, 영민은 살인사건을 실토하게 되고, 그를 바탕으로 수사에 들어가지만 쉽지가 않다. 결국 충호는 스스로 그를 찾으러 나서게 된다.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스토리 텔링과 연출만으로도 재밌게 만들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시작이었달까?
과연 영화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시간 남짓의 약간 긴 러닝타임동안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 적당히 흐름을 조절하고, 적당한 타이밍에 예측을 살짝 비틀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더라. 핵심 이야기가 탄탄하기에 안정감있게 볼 수 있었다.
역시 영화의 재미는 제작비에 있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멋진 두 배우, 김윤식과 하정우의 조합이 영화를 좀 더 현실감있게 만들어주었다.
전직 형사 캐릭터를 딱 맞게 입은 - 송강호 + 최민식을 섞어놓은 것 같은 - 김윤식과 정말 연기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하정우야 말로 이 영화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겠다.
강력 스포일러 있습니다!!!!
경찰서에서 풀려나와서 집으로 가던 중 담배를 사러 구멍가게에 들어갔던 영민이 손에 망치를 쥐었을 때, 진짜 발끝까지 소름이 쫙 끼쳤다. 선글라스에 모자를 쓰고 있어 표정이 다 보이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본 어떤 장면보다도 실감나게 느껴진 건, 역시 연기가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연쇄 살인마를 다룬 만큼, 눈 뜨고 보기 힘든 무서운 장면들도 있었지만 - 영화를 먼저 보고 온 후배는 화면을 반만 가리라고 귀띰해 주었다 - 전체적으로 완성도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단편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상업용 장편영화는 처음이지만 - 왠만한 유명 감독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주신 - 감독님의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해 본다.
무서운 영화를 싫어하는 나도 비교적 무난하게 볼 수 있었다.
단, 낮에 볼 것. 밤에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꽤 무서울 것 같다.
별 네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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